K-Pop 탑 싱글 5 : 2020년 1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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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탑 싱글 5 : 2020년 1분기

2020.03.20
Special

K-Pop 탑 싱글 5 : 2020년 1분기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2020년 1분기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좋은 음악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그것은 K-Pop계도 마찬가지다. 오랜 활동 끝에 괄목할 만한 성과물을 낸 그룹부터 모든 아이돌 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형 그룹에 이르기까지,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 타이틀 트랙 5개를 골라 보았다. 소개 순서는 발매일 순이다.

글ㅣ정구원 (웹진웨이브 편집장)


# SF9 'Good Guy'

신시사이저가 겹쳐지고 비트가 따각거리는 빌드업이 과하지 않게 워블(wobble)거리는 베이스라인과 함께 "Cause I’m good good good good / Good Guy"로 전환되는 순간, 다트판의 불스아이를 맞추는 뮤직비디오의 그 장면처럼 SF9이 적절한 포인트를 드디어 잡았다는 예감이 왔다. 맵시 있는 슈트를 따라 흐르는 라인처럼 귀에 착 붙는 UK 개러지(UK Garage) 사운드를 연이어 펼쳐내는 노래는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다. 'Good Guy'는 '질렀어'의 시크함, 'RPM'의 날카로운 사운드적 결 등 이제껏 SF9이 선보여 왔던 가능성이 과한 욕심 대신 절제와 깔끔함을 통해서 가장 멋지게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비록 그 지점을 찾는 데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Good Guy'는 그 긴 세월이 헛된 경험이 아니었다는 걸 확인시켜 준다.

# VERIVERY 'Lay Back'

청량한 뉴잭스윙(New jack swing)을 기조로 삼았던 '딱 잘라서 말해 (From Now)'나 '불러줘 (Ring Ring Ring)'의 모습으로 VERIVERY를 기억했던 이들에게 'Lay Back'이 들려주는 날카로운 첫인상은 살짝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천천히 다시 한번 곡을 들어 본다면, 찌를 곳과 빠질 곳을 솜씨 좋게 넘나드는 완급 조절 능력과 산뜻하면서도 날렵한 보컬 운용이 어딘가로 없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Lay Back'은 VERIVERY가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이 장르에 종속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한층 성숙한"같은 뻔한 수식어보다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힘이 훨씬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변화를 택한 아이돌이 입증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가치 중 하나다.

# EVERGLOW 'DUN DUN'

뱅어(banger)로 분류될 수 있는 노래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하는 미덕은 빵빵 터져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거나 엉뚱한 곳에 신경을 쓴 나머지 "신나는" 방향이 아니라 "웃기는" 방향으로 빵 터지는 실수를 범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DUN DUN'은 EVERGLOW가 뱅어의 미덕과 피해야 할 수렁을 현 K-Pop 씬에서 제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트랙이다. YG가 만든 가장 격렬한 노래들과 4minute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결합한 뒤 각성제를 있는 대로 투여한 듯한 'DUN DUN'은 청자들의 귀와 눈 속에서 중동풍의 EDM 리프를 폭발시키며 휘몰아친다. 어떤 타협도 없이 후반부로 갈수록 가속 페달을 밟는 곡의 구조는, '봉봉쇼콜라'와 'Adios'를 거치며 이전보다 더 강력한 뱅어를 내놓는 EVERGLOW의 행보와 겹쳐 보인다. 과연 이들이 다음에는 얼마나 더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을까?

# IZ*ONE 'FIESTA'

이미 지난달의 칼럼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FIESTA'의 매력이 줄어들진 않는다. 오히려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곡의 각 파트마다 호흡과 느낌을 달리하는 보컬, 적절한 장소에 딱 맞게 배치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폭주하듯이 날뛰는 신시사이저, 자신의 질감을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채로 각자의 빛깔을 내뿜는 요소들… 'FIESTA'는 아마 올해 상반기는 물론이고 K-Pop 전체를 통틀어서도 정말 많은 포인트를 하나의 곡 안에 몰아넣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몰아넣기"에서 비롯되는 정신없는 혼란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각 요소의 "선명함"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FIESTA'는 그것을 해낸다.

# NCT 127 '영웅 (英雄; Kick It)'

다들 SMP를 좋아한다. 그렇지 않은가? 비록 사운드와 비주얼, 기획 모두에서 엿보이는 장대한 야심과 그런 야심이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는 우스꽝스러움이 실소를 자아내게 할지라도, 최소한 나는 SHINee의 'Everybody'에 이르러 SM이 SMP를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것은 '영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無限的我 (무한적아;Limitless)'의 비장함, 'GO'의 반항적 외침, 'TOUCH'의 맑디맑은 보컬, 'Superhuman'의 (SM식) 미래적 사운드… '영웅'에는 NCT가 지금까지 잘 해 왔던 것이 SMP의 형태로 다시 한번 응축되어 있고, 그것은 더 이상 SMP가 아무런 토대도 없는 곳에서 허상으로 건설된 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전히 좀 웃음이 나오긴 해도, 이제는 그것이 비웃음이 아닌 즐거움이란 걸 안다.




이들 다섯 곡 이외에도 2020년 1분기는 방탄소년단, 이달의 소녀, KARD 등의 그룹이 멋진 싱글을 내놓았다. 혹시나 아래에 소개한 2020년 1분기의 아이돌 트랙 중 놓친 노래가 있다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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