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프로듀서에게 직접 듣는 아이유 정규 2집 제작기

비하인드 컷

조영철 프로듀서에게 직접 듣는 아이유 정규 2집 제작기

2011.11.30

모두가 기다려온 앨범! 아이유의 정규 2집 [Last Fantasy]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아이유의 새 앨범 [Last Fantasy]는 19세 아이유의 현재와 곧 20살이 되는 아이유의 미래까지 모두 담아낸 앨범으로, 수록곡 중 어느 한 곡 빼놓을 수 없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수준 높은 감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멜론 스페셜에서는 아이유의 정규 2집을 기획하고 프로듀싱한 조영철 프로듀서에게 이번 앨범에 대한 기획에서부터 작업 과정, 소회를 직접 들어보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음반을 사서 처음 비닐을 뜯을 때의 두근!거렸던 그 설렘이 기억났다. 자켓을 조심스레 열고, 속지의 글자 하나하나를 새기듯, 작곡가의 이름과 가사들을 노래에 맞춰 읽어내려 갔었다.
분명 그때 음반에는 MP3 파일에서는 알 수 없는 아티스트의 숨결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고, 자켓의 아트웍은 물론, 마침표 하나 트랙순서 하나에도 다 의미를 새겨보곤 했다. 지금의 디지털 시대를 거스를 순 없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설렘을 다시 느껴볼 순 없을까 하는 마음이 이번 앨범의 시작이었다.
지금 내 앞에 아이유 정규 2집 자켓과 속지의 인쇄 교정지가 와 있다.
막 열어보아야 하는 이 순간, 설렘이 인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이제 곧 아이유의 앨범을 받아볼 이들도 함께 느꼈으면 한다. 음반의 가치가 조금은 더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김형석님이 주신 동명의 곡 제목이자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다.
아이유는 말 그대로 판타지스러운 소녀이다. 오디션에 탈락하던 어린아이에서 지금의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둔 그 자체도 판타지스럽지만… 아이유의 노래와 이미지에는 늘, 소녀와 소녀가 아닌 것 사이의 균형과 균열로 조금은 위태로운, '기묘한 느낌'의 판타지가 있다. 아마도 이번 앨범은 19살 '소녀' 아이유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고, 그 경계에 서 있는 아이유의 이야기와 느낌들을 다양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나 개인적으로도 'FANTASY' 같은 음반이다. 김형석, 윤상, 정재형, 김광진, 김현철, 정석원… 나의 음악 영웅들인 그분들께서 모두 참여해주신 것만으로도 꿈 같은 일이고, 음표 하나 소리 하나 세심히 열정적으로 작업해 주신 것은 "감사" 라는 흔한 말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힘들다. 이런 앨범을 또 만들 수 있을까... 내 마지막 판타지일 것이다.

'비밀'은 점차 확장되어가는 스케일감이 엄청난 발라드 곡이다. 정석원님이 처음 아주 간단히 만든 데모를 주시곤 이런저런 악기구성들을 말로 설명해 주시며 조금 민망해하셨었는데, 곡이 완성되어가면서 모두가 역시…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다.

'잠자는 숲 속의 왕자'는 녹음할 때 윤상님이 성숙한 보이스를 내고 싶어하는 아이유에게 이런 노래는 지금 이때가 마지막이라며 지속적으로 어린 톤을 내도록 요구했다. 정교한 리듬구성이 압권인 곡.

'별을 찾는 아이'는 김광진님 특유의 서정성이 아름다운 발라드로, 절제된 느낌으로 진행이 되다가 김광진님이 직접 불러주신 브릿지의 반전이 있는 곡.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다.

'너랑 나'는 아이유의 기묘한 느낌, '기묘한 소녀' 라는 테마를 먼저 정하고 만든 노래. 이민수 작곡가 특유의 정교함으로 하프와 호른 등의 악기로 그 느낌을 잘 살린 곡. 후렴구 음폭이 너무 커서 아이유가 매우 힘들어했던 노래이다.

'벽지 무늬'는 "벽지 무늬의 반복이 내 일상과 닮아있다" 는 윤종신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한 가사가 일품인 곡. 쓸쓸한 현의 느낌으로 표현한 이별노래. 이분은 어린 아이유에게 처절한 이별 노래만 준다.

'삼촌'은 이적씨가 아이유랑 피아노 치며 놀다가 한 시간 만에 나온 곡이다. 곡 작업부터 녹음까지 진짜 삼촌과 조카를 보는 듯 호흡이 잘 맞았다. 아이유의 강압과 애교에 못 이겨 직접 랩 피처링을 하시는 기염을 토하셨다.

'사랑니'는 요즘 아이유의 음악 선생님인 G. 고릴라의 작품. 엄마에게 첫사랑의 아픔을 투정하는 가사를 사랑스러운 멜로디에 잘 녹인 곡. G. 고릴라는 매일 작업실에 아이유가 삼선슬리퍼를 신고 오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녹음실에 핑크색 슬리퍼를 준비했다고 한다.

'Everything’s Alright'은 김현철님에게 '왜 그래' 같은 경쾌한 브라스곡을 요청 드려서 받은 곡. 녹음실에서 아이유와 함께 즉석에서 가사를 만들어 녹음했었는데 녹음이 끝나갈 무렵.. 사실 이 노래가 삼성 포수 진갑용의 응원가로 만들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실토하셨다.

'Last Fantasy'는 제대로 교향곡 한편을 듣는듯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스케일이 돋보이는 6분이 넘는 대곡. 웬만하면 대중가요 길이로 줄여달라고 부탁했을 법도 한데, 딱 처음 듣고 나서 그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이 곡을 공연무대에서 김형석님의 지휘와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로 실연하고 싶다.

'Teacher'는 Ra.D와 아이유가 문자로 스무 살을 앞둔 심정에 대해 주고받다가 가사 테마가 나온 노래이다. Ra.D의 섬세한 편곡이 돋보이며, 특히 그의 브릿지 피처링과 애드립은 아이유와 너무 잘 어울린다.

'길 잃은 강아지'는 아이유의 자작곡으로 이 노래를 처음 들려줬을 때 조금 숨이 막혔다. 이 어린아이가 내면에 무엇이 있길래 이런 우울함을 표현할까… 조금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고, 자기 정서를 곡으로 표현할 수 있음에 대견하기도 했다.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우울함이 있는 걸까…

'4AM'은 아이유의 음악 영웅인 코린 배일리 래의 곡. 처음 이 곡을 들려줬을 때 진짜냐고 되물어 볼 정도로 아이유가 좋아했던 노래. 새벽 4시의 느낌을 표현한 가사는 작사가로서의 아이유도 발견할 수 있는 곡.

'라망 (L’amant)'은 이번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정재형님의 재즈곡. 아이유에게 주기엔 너무 끈적하다며 많이 망설이셨던 노래. 세련되고 쓸쓸한 악기 연주가 감상포인트.

마지막은 역시 아이유의 이야기로 맺어야 할 것 같다.
중원에 한 칼 한다는 고수들만 모인 이번 앨범에서 아이유는 그분들과 감성을 소통하고, 이해하고, 표현했다.
각각 특유의 색깔과 내공이 있는 곡들을 그에 맞게 다양하게 소화한다는 것은 단지 노래를 잘한다는 것만으로 얘기하기에는 부족한, 그 무엇이 있었음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앨범은 온전히 아이유의 음반이고, 또한 그녀에게 내가 감사해야 하는 이유이다.